멘탈헬스 치료를 시작한다면 꼭 기억해야 할 5가지
ft. 롱진 모닝토크에서 오진승 원장님과의 대화
Let’s Talk Mental Health (Finally!)
저는 사실 ‘어쩌다 보니’ 멘탈 헬스의 중요성을 너무 일찍 알게 된 케이스입니다.
고등학생의 저는, 겉으로 보면 아주 건강한 학생이었죠.
5km를 21분 59초에 뛰고, 농구선수로 운동을 하며 아침저녁으로 몸을 움직였어요.
하지만 몸과 달리 마음은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치료를 생각한 건 2012년. 하지만 그 당시 한국에서는 정신건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직 너무 조심스러운 일이었고, 어딘가 낙인이 찍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국 대학에서 첫 공황발작을 겪고 나서야 치료를 제대로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보면, 그 치료는 저를 살려줬습니다. 그래서 요즘 더 감사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제 한국에서도 정신건강을 훨씬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번 주, 그 변화를 아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바로 오진승 원장님이 진행하신 롱진 모닝토크 자리에서 였는데요.
그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 중에는 특히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있거나 치료를 받기 시작한 분들이라면 꼭 알았으면 하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날의 인사이트를 몇 가지 적어보려 합니다.
1. 가벼운 감기에도 이비인후과에 가듯, 상담과 치료를 찾아도 돼요.
요즘은 너무 쉽게 “우울하다”, “ADHD 같다”, “PTSD 같다”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패션 우울’이라는 말까지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 포인트에 대해 오진승 원장님이 해주신 말씀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에서 실제로 정신건강 치료나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약 20% 수준입니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은 편). 그런데 동시에 자살률은 OECD 1위죠. 이 데이터를 함께 보면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내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조금 더 편하게 꺼낼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보는 것이 맞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감정을 입 밖으로 말할 수 있게 된 사람들, 그리고 스스로 “내가 조금 힘들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된 사람들이 두려움 없이 정신과 상담을 찾아갈 수 있게 되는 길이라면 이 또한 우리가 거쳐야 할 현상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이 정도는 감기도 아니니 돌아가세요”라고 하지 않듯, 정신과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벼운 감기에 이비인후과를 찾듯, 마음이 조금 힘들 때 정신과나 상담을 찾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 문제를 바라보는 제 시선이 조금 달라지더군요.
우울감이나 무기력함을 조금이라도 느낄 때 상담을 받는 것은 ‘과한 행동’이 아니라, 나를 위한 좋은 선택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큰 문제가 아니더라도 상담을 경험해 보는 것 자체가, 나중에 정말 힘든 시기가 왔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진입장벽을 낮춰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2. 정신과 상담에서도 ‘핏’이 중요해요.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도 깊이 공감했던 이야기입니다.
내과 진료처럼 단순히 증상을 이야기하고 처방을 받는 관계와는 다르게,
정신과 상담과 치료는 관계 자체가 치료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상담은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내 인생의 이야기와 깊은 감정들을 공유하게 되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람과 내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입니다.
간단히 생각하면, 운동을 할 때도 나와 맞는 PT가 있듯이, 상담에서도 나와 맞는 전문가가 있다는 것이죠.
감사한 점은 한국에서는 비교적 다양한 상담 전문가를 만나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고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비용 장벽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첫 상담 선생님이 나와 맞지 않았다고 해서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상담 선생님들 중에 좋으신 분들이지만 대화 방식이나 리액션 방식이 저와 맞이 않아 다른 분을 찾아갔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과정을 너무 심각하고 힘들게 받아드리지 않고 경험에 일부분이라고 생각을 하면 조금 더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 커뮤니티가 중요해지는 이유.
우울증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고립이라고 합니다. 사람을 만나기 싫어지고, 연락을 끊고, 점점 사회에서 멀어지는 것.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고립이 다시 우울을 더 깊게 만들죠.
그래서 요즘 주목받고 더 중요해진 개념이 바로 ‘느슨한 커뮤니티’라고 합니다.
최근에 ‘감튀 모임’이 인기라고 들었는데, 저는 이 자리에서 처음 들어봤습니다. 친구라고 부르기엔 가볍지만,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감튀 하나를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모임이라고 합니다.
오 원장님은 우울감, 불안, 무기력, 사회적 불안이 있는 분들에게 이런 느슨한 모임을 추천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담 없이 한번 가보고, 한 번 나갔다가 안 맞으면 굳이 계속 나가지 않아도 되는 이 형태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 이야기를 듣고 바로 떠오르는 것은 제가 좋아하는 연구 중 하나인 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에서 나온 결론입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평생의 건강과 행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명성, 부, IQ가 아니라 ‘좋은 인간관계’라고 합니다.
결국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관계이기에,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커뮤니티의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요?
우울증을 예방하는 특별한 영양제나 약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만 ‘팁’이 있다면 바로 자율성과 주도권의 회복입니다.
실제로 오 원장님은 환자들에게 치료 방법에 대한 선택권을 항상 환자에게 주려고 노력하신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저 또한 마음이 힘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내 삶이 내 것 같지 않다.”
누군가 때문에, 사회적인 기대 때문에, 혹은 상황 때문에 내 삶을 내가 통제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사람들은 크게 무너집니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라도 나의 선택권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주도권을 되찾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들이 생깁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무엇을 싫어하는가
언제 가장 행복한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쌓일수록 우리는 나에게 더 맞는 삶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고, 그런 선택들이 결국 생각보다 강력한 예방책일 수 있습니다.
5. 약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요.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약을 무섭고 두려운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염에 걸린 사람에게 “약 먹지 말고 의지로 버텨라”고 말하지 않듯이, 마음이 아플 때도 필요하다면 약의 도움을 받는 것은 충분히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물론 약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 원장님은 중요한 것은 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보면서 나에게 맞는 약을 찾는 과정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또한 상담 선생님과의 관계처럼 ‘핏’을 맞추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감사한 점은 약이 맞지 않으면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상태를 잘 관찰하고 전문가와 함께 소통하여 조정해 나가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주목받는 치료 방법
마지막으로 최근 주목받는 치료 방법들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 주셨는데요:
1. ACT 치료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기존의 CBT(인지행동치료)가 생각을 교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ACT는 생각과 감정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기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맞는 행동을 선택하는 데 집중하는 치료입니다.
즉,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접근. 앞서 이야기한 자율성과 주도권 회복에도 초점이 맞춰져있죠.
2. TMS 치료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는 자기장을 이용해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는 치료 방법입니다.
우울증, 불안, 강박, ADHD 등의 치료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약물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도 대안적인 치료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학생 시절의 저는 상상도 못 했을 겁니다. 정신건강에 대해 이렇게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아침 커피 모임이 존재할 거라는 것을.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현실이 되었고, 그 변화가 저는 참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는 우리의 몸의 롱제비티뿐만 아니라 마음의 롱제비티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과 커뮤니티, 다양한 시도들이 더 많이 등장하길 기대해 봅니다.


